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35일 앞두고 이재명 후보 쪽은 ‘지지율 반등세’를, 윤석열 후보 쪽은 ‘정권교체 열망’을 강조했습니다.
1. 접전 양상 이재명 vs 윤석열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누구의 우세도 예측하기 어려운 오차범위 내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2월2일 전국 성인 1012명에게 차기 대통령 선호도를 조사해 2월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 40.4%, 윤석열 후보 38.5%로 접전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8.2%,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3%였습니다.
앞서 1월23~28일 전국 만 18살 이상 3047명에게 실시해 1월31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38.5%, 윤석열 후보는 40.2%였습니다. 한 주 전 같은 조사에 견줘 이재명 후보는 1.7%포인트 올랐고, 윤석열 후보는 1.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가 일주일 만에 오차범위 밖인 5.2%포인트에서 오차범위 내인 1.7%포인트로 줄어들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전주에 견줘 0.3%포인트 오른 10.3%였고, 심상정 후보는 2.4%였습니다.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윤 후보가 상승한 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1월27~29일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조사해 1월3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 33.2%, 윤석열 후보 37.8%로 집계됐습니다. 한 주 전 같은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34.5%, 윤석열 후보 33%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1.3%포인트 떨어지고, 윤석열 후보는 4.8%포인트 오르며 반전됐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전주 조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11.1%, 심상정 후보는 2.3%로 조사됐습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역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 격차가 근소해지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번 대선처럼 1·2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 원인은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상징하듯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유권자가 자신을 지지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혼전 양상 속에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30% 중후반대 지지율에서 40% 초중반대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후보 모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확장’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도 확장이란 세대로는 2030세대, 지역으로는 수도권 등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15~20% 정도의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양쪽 다 지지할 이유 제공 못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설날을 앞두고 송영길 당대표의 총선 불출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3곳 무공천, 3040세대 젊은 장관으로 내각 구성, 86그룹 퇴진론 등 쇄신 카드를 내놨는데 쇄신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판에 등판했지만, 50% 중반에 이르는 정권교체 여론을 자신의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설 연휴 전주에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축소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설 연휴 기간에도 사실상 중국인을 겨냥한 이주노동자 ‘건강보험 무임승차론’과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했습니다.
3. 야권 후보 단일화
‘2강 1중’의 현재 판세에서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입니다. ‘야권 단일화 후 가상 다자대결’ 결과를 보면 이재명 34.8%, 윤석열 45%, 심상정 3.6% 또는 이재명 30.8%, 안철수 47.1%, 심상정 2.7%로 집계됐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누구로든지 야권 단일화를 하면 단일화 세력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 단일화가 현실화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진보·개혁 지지층의 결집이 예상돼 섣부르게 단일화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역대 대선의 경우를 보더라도 후보 단일화 효과는 강력합니다.
1987년 대선에선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득표율 28.03%)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7.04%)가 단일화를 했다면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36.64%)를 넉넉하게 이겼을 것입니다. 단일화 실패가 야권의 패배로 직결된 사례입니다.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으로 단일화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40.27%)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에게 박빙으로 승리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48.91%)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에게 승리했습니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룰 협상을 하다 결렬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이뤄졌지만 시너지는 모자랐습니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55%)가 문재인 후보(48.02%)에게 승리했습니다.
후보 단일화시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인데요,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야권이 단일화를 하려면 대선 한 달여 전인 지금부터 협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2월13~14일 후보 등록, 2월28일 투표용지 인쇄, 3월4일 사전투표 등의 일정이 각각 단일화의 고비라고 볼 때, 각 시한을 넘길수록 단일화 효과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단일화 성사 여부는 결국 지지율에 달렸습니다.
지난 연말연시처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라면 단일화 가능성은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만으로 이재명 후보를 이길 만하다고 국민의힘이 판단하는 상황이 되면 단일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4. 첫 TV토론 파급력도 갸웃
2월3일 저녁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가 첫 4자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맞붙었습니다. 후보들은 부동산, 외교안보, 일자리 분야 등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벌였습니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구체적인 ‘압박 질문’ 공세를 받았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84점”이라고 말하자 윤석열 후보는 “아 예, 84점”이라고 고쳐 말했습니다. 또 이재명 후보가 알이백(RE100)에 대한 대응과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대해 묻자 윤 후보는 “알이백이 뭐죠?” “EU 뭐라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가르쳐달라”고 답했습니다.
RE(Renewable Energy)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지구적 캠페인을 의미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EU 택소노미는 녹색 분류 체계다. 여기에 원전을 포함시킬 거냐 말 거냐가 논란이다. 원전을 어디에다가 지을 생각인가”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연금개혁과 관련해 “연금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선언하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고 다른 후보들도 동의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안희정 편”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제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김지은씨를 포함해서 모든 분에게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후보들은 앞으로 대선까지 3차례의 법정 TV토론에서 격돌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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